갭이어(gap year)라는 말, 아시나요? 학업을 잠깐 멈추고, 여행이나 봉사, 진로탐색 등의 활동을 하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뜻해요. 물론 이 갭이어 기간은 ‘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현대사회에서도 이처럼 '앞으로의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대학생때 끝날 줄 알았던 진로 고민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오늘은 갭이어 기간을 보내며 기나긴 여행을 갔다가 다시 또 떠날 준비를 하는 신현지(@hyunzi.shin)님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퇴사한 지 6개월째인 현지님. 퇴사 후 파리와 런던을 시작으로 이집트, 발리, 베트남과 태국을 여행하고 지금은 한국에서 잠깐 여행을 쉬는 중이에요. 현지님은 20대 때 이미 프리워커였어요. 고향에서 한약국을 운영했었거든요. 그러다가 30대를 앞둔 29살 무렵, 매장을 정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났죠. 아주 많은 나라를 오가기도 했고, 한 도시에 오래 머물기도 했어요. 특히 사랑하는 곳은 유럽 이탈리아였어요. 피렌체에서 몇 개월씩 머무르며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도 했었고요. 수없이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는 이탈리아라고 해요. 그곳에 가면 변함없는 도시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이죠.
“세계여행을 하면서 제 인생의 방향이 한 번 바뀐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 충격도 컸고요. 하고 싶은 것도 찾았지만, 한국 정서랑은 맞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29살에 길게 떠난 세계여행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제약회사 마케팅부에 들어갔습니다. 여러 경험과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서 회사 입사를 했는데, 생각하는 거랑은 달랐어요. 이름을 말하면 다 알아주는 회사였지만, 보수적인 곳이라서 현지 님이 하고 싶은 업무를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다음에도 다른 제약회사의 신제품 개발부에 입사했지만, 결과는 같았죠. 의견을 이야기하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현지님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다양하게 일을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그런 환경은 갖춰지지 않았죠. 그래도 업무 자체가 어렵거나 재미없지는 않았다고 해요. 일을 꽤 잘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나중에 내 사업을 하려면 제품 소싱이나 마케팅은 해봐야 하니까, 부서나 업무 자체는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잦은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면서 계획한 것보다 일찍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1년 이상은 일하고 싶었는데, 1년도 겨우 버텼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퇴사를 결심하자마자 그녀가 제일 먼저 준비했던 것은 ‘어디로 떠날까’였어요. 이미, 20대 후반에 했던 세계여행으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기에 또 한 번 스스로 시간을 주고 싶었죠.
물론, 생각만큼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파리와 런던에서 친구를 만났고, 갑자기 이집트가 가고 싶어서 방향을 틀어 여행하다 보니까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아직도 가고 싶은 곳과 못 본 세상이 많았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그토록 사랑하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보내며 지쳤던 마음을 회복하느라 바쁘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