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마케터 고졔님(@lovelyweekday.space)의 발리 우붓 워케이션 스토리
퇴사하기 전에 저는 리모트 근무 제도가 있는 곳에서 일했어요. 다양한 곳으로 워케이션을 다녔지만, 종종 오프라인 미팅이 있었기에 장기간 떠나는 건 어려웠어요. 그래서 ‘노마드로 해외 한 달 살기'가 제 오랜 버킷리스트였고, 드디어 그 기회가 왔어요.
퇴사를 하고, 프리워커로서의 삶을 실험해 보기로 했어요.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얼마나 내가 만족할 수있을지, 또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수익은 얼마나 벌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말이에요. 단순히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낯선 곳에서 삶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일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거든요.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떠나기 전 리모트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을 구했어요. 그리고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노마드의 도시, 발리에 가기로 했어요. 제주도 면적의 3배쯤 되는 커다란 섬 발리에서 어느 지역에 머무를지 고민했어요. 저는 바다보다 숲이 좋았어요. 그래서 초록빛 정글 도시, 우붓으로 향했습니다.
우붓은 고급 풀빌라와 리조트로 유명하지만, 제가 택한 곳은 홈스테이였습니다. 여행이 아닌 일상을 경험해 보고 싶었고, 현실적인 비용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홈스테이는 호스트인 산타나와 가족들이 머무는 가옥에 게스트가 머물 수 있는 방이 여러 개가 있는 형태였다습니다. 개인 방과 화장실은 물론 테라스까지 있었죠. 우붓에 나만의 안식처가 생긴 느낌이었어요. 매일 아침 산타나의 가족들이 테라스로 홈메이드 조식을 가져다 주었어요. 정성스럽게 손질한 여러 종류의 과일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책상은 없었지만, 테라스에 테이블이 있어 종종 이곳에서 일을 했어요. 테라스에서 보이던 푸른 하늘과 초록빛 나무, 그리고 오렌지빛 지붕들의 풍경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다양한 공간 경험을 좋아했기에, 숙소와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전하며 일을 했어요. 우붓의 몇몇 코워킹 스페이스를 가봤는데, 가장 몰입이 잘 되었던 곳은 ‘마이 글로벌 워크스페이스’였습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있는데요. 도로를 벗어나 조금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마치 비밀 공간을 찾아가는 느낌이었죠. 외관은 볏짚과 통나무, 벽돌로 만들어져서 지브리에 나올 것만 같은 비주얼이었어요. 창밖으로는 초록빛 논과 야자수가 보였어요. 편의성도 좋았어요. 머리 받침대가 있는 데스크용 의자와 적당한 높이의 책상, 멀티탭이 갖춰져 있었어요.
옆자리에서 일하던 외국인이 종종 스몰톡을 건넸는데요. “여긴 최고의 코워킹 스페이스야. 어제 다른 곳에 갔었는데, 거긴 복잡했어. 여긴 정말 평화로워.” 끄덕이며 나도 여기가 가장 좋다고 했었던 기억이 나요. 우붓에 또 가게 된다면, 그땐 이곳에서 한 달권을 끊어놓고 일하고 싶어요.
매일 아침에는 요가반에 출석했어요. 요가반은 우붓에서 가장 큰 요가원인데, 요가원뿐만 아니라 카페와 식당 등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았어요. 특히 요가원 곳곳에 크고 작은 식물들이 많아서 숲속에 온 느낌이었어요.
요가 스튜디오 통창 너머로는 정글뷰가 펼쳐져서, 밝은 에너지가 감돌아요. 여기에서 요가와 명상 수업을 번갈아들었어요. 가장 좋았던 수업은 ‘티벳 볼 사운드 명상’이에요. 티벳 악기 연주를 들으며 명상하는 수업인데, 악기에서 파도 소리와 조개 소리가 났어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면이 평화로워지는걸 느꼈어요.
우붓에서 나는 나만의 루틴과 속도를 지키며 안정적인 한 달을 보냈어요. 그리고 프리워커 실험을 지속할 에너지를 얻었죠. 때로는 새로운 곳에서 일상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